사십 년 만에 불린 이름|남은결 10

“혹시, 너 맞니?” 뒤에서 들린 한마디에 나는 돌아보지도 못하고 멈춰 섰습니다. 사십 년 동안 듣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목소리 같았습니다.

얼마 전 모교가 문을 닫기 전에 교실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에 마음이 걸려 졸업사진을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사십 년 만에 불린 이름

복도와 운동장은 기억보다 작았습니다. 교실 문 앞에서 서성이는데 누군가 옛 별명까지 붙여 나를 불렀습니다.

돌아보니 초등학교 때 한 책상을 쓰던 친구였습니다. 갑자기 이사한 뒤 편지를 주고받다가 소식이 끊긴 친구였습니다. 얼굴은 달라졌지만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는 그대로였습니다.

“너를 보면 무슨 말을 할지 많이 생각했는데, 정말 보니까 아무 말도 안 나오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한참 웃다가 눈물을 닦았습니다. 짧은 인사 속에 묻지 못한 세월이 밀려왔습니다.

시간이 지워버리지 못한 것

목소리와 웃는 버릇, 함께 불렸던 별명은 오랜 세월 뒤에도 서로를 알아보게 했습니다.

다시 같은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교실 안에는 오래된 나무 책상이 몇 개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맨 뒤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도시락을 나누고 시험지를 숨기던 이야기가 어제 일처럼 이어졌습니다.

친구는 가장자리가 닳은 사진 한 장을 꺼냈습니다. 예순여덟에 다시 공책을 펼친 동네 언니처럼, 우리도 늦게 돌아온 교실에서 잊었던 마음을 다시 읽었습니다.

보내지 못했던 편지

친구는 낡은 봉투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사한 뒤 내게 보냈다가 주소가 달라 되돌아온 편지였습니다. 서랍 속에 사십 년을 넣어두었다고 했습니다.

“왜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내가 묻자 친구가 봉투 모서리를 만지며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소를 몰랐고, 나중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어.”

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만나겠지 하면서도 먼저 찾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늦은 재회가 알려준 것

먼저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멈춰 있던 관계는 다시 움직였습니다.

마지막 종이 울린 뒤

행사가 끝날 무렵 관리인이 오래된 종을 한 번 울렸습니다.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뒷면에 전화번호를 적었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날 날짜도 정했습니다.

학교의 기억은 기록할 때 다시 만날 길이 됩니다. 국가기록원에서 교육 관련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졸업사진과 편지에도 날짜와 이름을 적어두면 좋습니다.

교문을 나서며 친구가 내 팔짱을 꼈습니다. 헤어진 세월은 되돌릴 수 없어도 앞으로의 시간은 함께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다음 이야기를 이제부터 함께 쓰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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