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하나에 남은 그날의 추억|남은결 27

사치기~ 사치기~ 사차뽀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며칠 뒤, 그날 만남을 주선했던 선배 언니가 다시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번 일요일에 이리역 근처에서 4대4로 만나기로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마음이 들떴습니다.

토요일은 땅콩밭과 과수원에서 보냈습니다

토요일에는 엄마와 땅콩밭을 매고 과수원 일을 도왔습니다. 일을 마치자 엄마는 고생했다며 용돈을 조금 주셨습니다. 다음 날 쓸 돈이 생겨 마음까지 가벼워졌습니다.

일요일이 되자 무엇을 입을지가 문제였습니다. 결국 언니 옷을 몰래 꺼내 입었습니다. 거울 앞에 서니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날의 단팥빵은 달지 않았습니다

선배 언니와 친구들을 만나 이리역 근처 빵집으로 갔습니다. 남학생 넷, 여학생 넷이 마주 앉아 빵과 음료를 앞에 두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문 쪽을 보던 누군가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선생님이 서 있었습니다.

“내일 부모님 모시고 학교로 와. 너희들 전부 부모님 모시고 와.”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단팥빵은 더 이상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때 내가 다니던 학교의 분위기
학교생활 그때의 기억
교외 생활 학교 밖에서의 행동까지 생활지도를 받곤 했습니다.
남녀 만남 학생들의 남녀 만남을 꽤 엄격하게 바라보던 때였습니다.
부모님 호출 문제가 생기면 부모님을 학교로 모셔오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언니에게 혼이 났습니다. 자기 옷을 마음대로 입고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엄마였습니다.

결국 언니에게만 “내일 부모님 모시고 학교로 오래”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조금은 숨이 트였지만 엄마에게는 끝내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은 유난히 길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는 엄마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모든 것을 말해버릴 것 같아 평소보다 일찍 교복을 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습니다.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터졌습니다

학생과에서 체벌을 받고 한쪽에 서 있었습니다. 맞은 데보다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용돈까지 받아 놓고, 이제는 학교까지 오시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학생과 문이 열렸습니다.

엄마였습니다.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미팅에 나간 일이 부끄러운 것보다,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혼자 도망치듯 학교에 온 것이 더 죄송했습니다.

엄마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평소 하시던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울긴 왜 처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엄마의 말은 꾸중이었지만,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오히려 더 서러워졌습니다. 화를 내셔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신 채 딸 걱정에 학교까지 찾아오신 엄마께 너무 죄송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선생님의 말을 조용히 듣고 나를 데리고 학교를 나섰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엄마도 나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먹었던 단팥빵의 맛은 이제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문을 열고 들어오던 엄마의 얼굴과 “울긴 왜 처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하시던 목소리는 아직도 선명합니다. 지금 다시 그날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 하지 못했던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엄마, 그날 정말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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