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기~ 사치기~ 사차뽀, 여왕이 된 밤|남은결 26

기다리던 날이 되자 엄마는 과일과 몇 가지 먹을거리를 챙겨주셨습니다. 엄마의 불호령까지 넘어 허락을 받아낸 딸을 막상 빈손으로 보내지는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나는 엄마가 챙겨준 것을 들고 동네 선배 언니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일곱에서 아홉 명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이라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은 이미 그 집에 먼저 가 있었습니다.

기다린 이틀 끝에 문이 열렸습니다

그 집에 들어서자 금세 웃음소리가 가득해졌습니다. 누군가는 과일을 꺼내고 누군가는 먹을거리를 나눴습니다. 골목을 돌아가며 바라보기만 했던 그 애도 그 무리 속에 있었습니다.

둘만 마주 앉은 것도 아닌데 자꾸 그쪽이 의식됐습니다. 친구들과 선배 언니들이 옆에서 떠들고 웃는 동안 나도 같이 웃었지만, 그 애가 한마디를 하면 괜히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사치기~ 사치기~ 사차뽀, 방 안이 뒤집어졌습니다

한참 수다를 떨다 누군가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사치기~ 사치기~ 사차뽀!” 소리가 이어지자 방 안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누가 걸릴지 몰라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나도 배가 아플 만큼 웃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한바탕 뒤집어진 뒤에는 여왕을 뽑는 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청소년기 또래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
경험 함께 배우는 것
규칙 있는 놀이 차례와 약속을 지키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익힙니다.
웃음과 장난 또래 사이에서 긴장을 풀고 친밀감을 쌓는 계기가 됩니다.
여럿의 반응 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경험합니다.
소속감 함께한 시간과 기억은 또래 관계의 소속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날 밤, 뜻밖에 내가 여왕이 됐습니다

장난처럼 시작한 여왕 선발에서 뜻밖에도 내가 뽑혔습니다. 친구들과 언니들은 또 한바탕 웃고 떠들었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얼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방 안에는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그 애도 있었습니다. 골목 끝에서 한번 마주치는 것만으로 하루가 설레던 내가 그날은 여러 사람의 웃음 한가운데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여왕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채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놀이였습니다. 하지만 열다섯의 나에게는 그 밤이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습니다. 먹고 웃고 장난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다린 이틀보다 하룻밤이 훨씬 빨리 지나갔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쉬움도 커졌습니다. 오래 기다린 날이 막상 오고 나니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그날 함께 웃었던 언니들과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웃음소리는 오래 남았습니다.

그날 밤 내가 여왕이 된 일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처음으로 그 애와 같은 자리에서 마음껏 웃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는 이리 읍내의 한 빵집에서 다시 마주 앉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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