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주였던 이유|남은결 28
지금도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선배언니가 있습니다. 미팅을 주선하고 평소에도 나를 챙겨주던 언니였습니다. 엄마가 학교에 다녀가신 날, 학생과에서 함께 혼나면서도 내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다시 만난다면 그때 미처 하지 못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를 지켜준 또 한 사람 엄마가 학교에 다녀가신 뒤에도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 갔습니다. 태연한 척 수업을 들었지만, 마음에는 그날의 민망함과 고마움이 남았습니다. 학교에는 내 편이 되어준 선배언니가 있었고, 집에는 말없이 나를 품어준 작은언니가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작은언니를 따라 땅콩밭과 과수원으로 나갔습니다. 엄마의 일손을 돕느라 언니는 늘 바빴습니다. 나도 함께 일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일은 언니가 거의 다 했습니다. 언니가 땅콩을 캐고 흙을 터는 동안 나는 손끝만 거들다가 밭두렁에 앉았습니다. 작은언니는 그런 나를 타박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언니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잘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밭으로 향하는 일이 언니에게는 하루의 연장이었지만, 내게는 언니 뒤를 따라다니며 흙냄새와 바람을 맡는 시간이었습니다. 언니가 잠시 허리를 펴면 나도 덩달아 일어난 척했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 어느새 곁에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나온 시간을 처음 꺼내기 시작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 내 쪽을 바라봅니다|남은결 21 그 시절 농사철 정보 한눈에 보기 농사 정보 대략적인 시기 기억할 점 8~9월 과일 수확 늦여름~초가을 포도·배·사과 등은 품종과 지역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