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요|남은결 22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습니다.
몇 시에 들어오든 잔소리 없이, 가고 싶은 곳에 마음껏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은결 21 에서 여고시절의 문을 열고 보니, 그때의 나는 하루라도 빨리 교복을 벗고 싶어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습니다
아침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복도에 몰려나가 친구들과 떠들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 뚜껑을 열기도 전에 친구 반찬부터 넘겨다보았습니다. 그런 하루가 오래 기억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른들은 늘 학생 때가 제일 좋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 갇혀 공부하고 시험 날짜에 맞춰 움직이는데 뭐가 좋다는 걸까 싶었습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어른의 시간이 훨씬 멋져 보였습니다.
친구와 거울 앞에서 머리 모양을 바꿔보고 어른들 말투를 흉내 내며 웃기도 했습니다. 조금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들떴습니다. 그래도 골목 끝에서 우리 집 불빛이 보이면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김제역을 지나던 하굣길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김제역 근처를 지나면 역 안쪽으로 사람들이 오가고 벽의 열차시간표가 눈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오래된 풍경이 떠오릅니다.
승차권을 든 사람들이 개찰구 앞에 서면 역무원이 한 사람씩 표를 확인했습니다. 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어른처럼 보였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혼자 표를 끊고 저 기차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 무렵에는 스무 살만 되면 다른 사람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교복 대신 내가 고른 옷을 입고,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하루를 정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어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쉰여섯이 되어 돌아보니 이상합니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교복도, 매일 반복되던 등굣길도, 집에 돌아오면 들리던 엄마의 목소리도 이제는 다시 가질 수 없습니다.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 를 쓰며 돌아봤던 마음도 그 시절 어딘가에 함께 남아 있습니다.
그 자유 뒤에 책임과 걱정이 함께 온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때는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던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압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가 어쩌면 가장 많은 것을 품고 있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열다섯의 어느 날, 나는 어른이 되는 것보다 먼저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지나가기만 해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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