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놓친 날, 인생이 달라졌습니다|남은결 09

요 며칠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였습니다. 상가 건물 3층에서 근무하는 복지사님이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커피 네 잔이요. 캐리어에 담아주세요.” 잠시 머뭇하시더니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사장님, 제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말씀드린 적 있나요?”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복지사님은 오래전 최종 면접 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면접은 열 시였지만 버스가 눈앞에서 떠났고, 회사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어렵다고 했습니다.

계획이 어긋난 정류장

정류장 옆에는 어르신이 젖은 종이상자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상자 안 생활용품까지 젖고 있었습니다. 그가 물었습니다.

“어르신, 어디까지 가져가세요?”

“저 골목 복지관인데, 비가 와서 영 말을 안 듣네.”

면접은 늦었지만 마음은 급했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인 뒤 가장 무거운 상자를 들었습니다. 십 분을 걷는 동안 구두까지 젖었습니다.

그날 놓친 것과 놓치지 않은 것

그는 버스를 놓쳤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모른 척 지나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만 도와달라는 부탁

복지관에 도착하자 직원들은 젖은 상자를 닦고 물품을 나눠 담았습니다. 배달을 도울 사람이 오지 못했다며 직원이 물었습니다. “혹시 오늘만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갈 곳을 잃은 그는 정장 소매를 걷었습니다. 쌀과 휴지를 나누고 어르신의 집까지 옮겼습니다. 이름을 부르자 굳은 표정이 풀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골목을 돌본 이웃처럼, 작은 도움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건넨 사람의 걸음도 바꾸고 있었습니다.

우연 다음에는 선택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자 복지관장은 계약직 공개 채용에 지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정식 절차를 거쳐 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 생각이었습니다.

사람과 필요한 도움을 잇는 일이 좋았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 사회복지사 자격도 갖췄습니다.

우연은 문만 열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만든 것은 사람 곁에 남기로 한 그의 선택이었습니다.

십 년 뒤 다시 만난 사람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처음 만났던 어르신이 복지관 행사에 왔습니다. 어르신은 한참 얼굴을 보더니 웃었습니다. “그때 상자 들어준 양반 맞지? 아직 여기 있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제야 놓친 버스를 떠올렸습니다. 원하던 회사에는 못 갔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았습니다. 실패라고 여긴 아침이 다른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와 교육을 알아보려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넷의 구인·교육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날 그는 버스를 놓쳤지만 자신이 오래 걸어갈 길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커피 네 잔을 건네고도 나는 한동안 그날 이야기를 곱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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