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남은결 11
젊을 때는 어떻게든 고향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서른 해를 도시에서 살고 퇴직한 뒤, 결국 가장 멀리 달아나고 싶었던 그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떠나던 날과 돌아오던 날
이삿짐 차가 좁은 마을길 앞에서 멈췄습니다.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물었습니다.
“여기가 맞습니까?”
“예. 제가 태어나서 자란 집입니다.”
떠날 때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집을 이제는 돌아갈 집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대문은 기울었고 마당에는 풀이 허리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래된 문기둥을 쓸자 어린 시절의 감촉이 먼저 돌아왔습니다.
비어 있던 방에는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방문을 여니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부르던 목소리와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놀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집이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불편함 속에서 다시 들린 것
처음 몇 달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배달은 늦었고 병원과 시장은 멀었습니다. 밤이 너무 조용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옆집 어르신이 담 너머로 물었습니다.
“도시 살던 사람이 여기서 견디겠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조금씩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시간을 아끼려고 서둘렀지만 이곳에서는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버스도, 택배도, 밭에서 싹이 올라오는 일도 재촉한다고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느린 시간이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차츰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어느 아침에는 창문 밖에서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도시에도 새는 있었겠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듣지 못했습니다. 앞만 보고 걷다가 다른 하루를 만난 이야기는 버스를 놓친 날, 인생이 달라졌습니다에도 남아 있습니다.
고향은 기다린 곳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있지 않았습니다. 빈집이 늘었고 오래 알던 가게도 사라졌습니다. 나를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보다 “누구네 집 아들이었지?” 하고 되묻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며칠 뒤 옆집 어르신이 직접 기른 대파와 상추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혼자 먹기 많아서 가져왔어.” 무심한 듯 건넨 그 한마디가 낯설어진 고향에서 받은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아는 나무와 계절마다 냄새가 달라지는 밭은 남아 있었습니다. 고향은 나를 붙잡고 기다린 곳이 아니라, 변한 나와 변한 마을이 다시 인사를 나누는 곳이었습니다.
고향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달라진 내가 다시 뿌리를 내리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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